어렷을 적 나는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른 지금 결국 나는 '어렷을 적 내가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쏙 빼닮은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무능력한 아버지가 싫었고, 가족을 챙기지 않는 아버지가 싫었고,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아버지가 싫었다. 그냥 다 싫었다. 특히나 그 지긋지긋했던 가난이 너무나도 싫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막상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점점 더 그때의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또 얼마나 힘든 삶을 버텨왔을 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아버지가 그랬었던 것처럼 사회생활이 하기 싫은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있었다. 무능력한... 혹은 무기력한...
회사를 다니면서 큰 문제가 있었던 적도 없었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의 트러블도 별로 없었지만 그냥 회사에 출근하는거 자체가 나는 싫었다. 뭔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 그냥 하루라도 빨리 은퇴를 해서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기르면서 텃밭이나 일구며 그렇게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고 파이어족이 되었다. 너무 무료하지만 잔잔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삶. 그냥 하루하루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러한 하루하루가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하다.
뭐가 어찌 되었건 결국에 나는 무능력했던 혹은 무기력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서 하고 있다. 내 선택에 의한 삶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가 달라지는 건 없다. 예전에 봤던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을 하고 있다.
'네가 자라서 내가 되겠지. 고작 내가 되겠지...'
나를 얘기할 때 '파이어족'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사실 그런 거창한 말로 나를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냥 백수다. 어떤 사람들은 백수가 되면 심심하고, 사회와 단절 되고 소득이 없어지니 점점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진다고 하는데 나는 과거 30대 초반에 백수를 잠시 해보니..............'와 이게 내 적성이구나' 하는 걸 단 번에 알아버렸다.
돈 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나처럼 마냥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다. 그냥 그런 거다. 현재 백수로 지내다 보니 시간이 남아 다른 백수들은(파이어족 분들은) 어떻게 지내나 '파이어족 까페'라는 곳도 기웃대보고 블로그도 찾아 보고 하다가 언뜻 이런 글을 본 기억이 있다.
'파이어족과 긴 가난은 한 끝 차이라고'...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파이어족 보다는 긴 가난이 더 맞는 것 같다. 아이고 내 팔자야... -_-
얼마 안 되는 배당금과 주식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내 남은 평생을 기대어야 하는 삶. 그렇다보니 만일을 위해 돈을 더 절약하게 되고, 최대한 낭비를 혹은 과소비를 줄이려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돈을 절약하기 위해 대부분의 것들을 내가 직접하는 삶을 살게 되다 보니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 뜻 밖의 장점(?)이 있다.
식비를 아끼려 직접 시장에 가서 장을 봐서 요리를 해먹고 그러다 보니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 이것저것 새로운 요리에 많은 시도를 하게 된다. 또한 지금 이곳 호치민에서는 내가 너무나도 애정하는 열대어들을 다시 기르고 있고 얼마 전부터는 고추, 토마토, 상추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어봤다. 옥탑방 한 켠에 화분 몇 개 가져다 놓고 거기서 기르는 거지만 처음으로 했다는데 의의를 둔다. 이걸로 얼마나 아끼겠는가.
암튼 다른 파이어족분들과는 다르게 '나는 어쩌면 이미 평생 긴 가난으로 가는 길의 초입'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한국에서의 내 커리어는 끝났고 날 더 이상 받아 줄 곳은 없다. 최대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서 해 나가다보면 긴 가난이 아니라 평생을 놀고 먹는 행복한 베짱이로 살 수 있을 지도 ?
- THE END-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서 맘편히 여행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노는 한량생활을 하게 되기를 꿈꾼다.
HOW WOULD MY LIFE BE IN 10 YEARS, 20 YEARS AND THEN 30 YEA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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